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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18 제왕절개 후 입원실에서의 일주일

아 벌써 아기가 나온지 9일째가 되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고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간 입원실에서의 일들을 곱씹어 기록해본다.

근데 너무 고단해서 그런가 졸립고 피곤했던 기억만 나고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1일차

수술 당일 산모는 약 기운에 정신을 못 차린다.

도뇨관? 배뇨관? 뭐 암튼 소변주머니를 달게 되고, 무통주사, 항생제?, 포도당? 뭐 잔뜩 달린다.

게다가 제왕절개 흉터를 덜어준다는 시술이 있는데 이건 선택사항이지만 이것도 수술 부위에 달린다.

온 몸에 줄이 주렁주렁 달리게 된다.

보호자가 없으면 거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보호자 체력이 중요하다.

근데 문제는 병원에서 보호자식을 신청해도 너무 빈약하다. 
통상 보호자는 남편이 대부분인데 성인 남자가 하루에 얼마나 먹는지 병원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식단 칼로리 수준을 산모와 비슷하게 준다.
그래서 나는 입원해있는 일주일 내내 배고픔에 시달렸다..
중간중간 매점에서 간식을 사다 먹긴 했지만 기껏해야 과자 부스러기..
그래서 피곤함에 찌들어 있었다.
그래도 산모만 하겠냐만은...

 

병원에서 간호사가 대부분 케어해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간호사마다 병원마다 다 각양각색이라는 걸 이때 알았다.

분명 맘카페나 블로그 후기에선 기본적으로 산모패드나 소변통 등등 다 갈아주기도 했다는데

우리가 입원했던 병원에선 어떤 간호사는 해주고 어떤 간호사는 체크도 안 하고 되려 보호자한테 체크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밤새도록 길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간호사가 새벽에도 텀을 두고 입원실에 들어와 바이탈 체크를 하는데 보호자에게도 무언가가 부탁을 하고 간다.

근데 이게 맞는건가??

보호자가 없으면 입원환자를 어쩔라고 그러지?

그래서 낮이든 밤이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산모는 아파서 누워있는데 보호자가 옆에서 퍼질러 자고 있으면 좀 그렇잖아...

간호사가 들어오면 잠깐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간호사가 무얼 하는지 계속 지켜보곤 했다.

 

2일차

슬슬 산모도 기운을 차린다.

근데도 스스로 일어나거나 무언가를 하기가 힘들다.

배가 찢어질 것 같다고 했다.

아직도 무통 주사를 달고 있다.

통증이 심해지면 무통주사가 잘 들어가게 무슨 버튼을 꾹꾹 누르면 이내 통증이 잠잠해졌다.

그래도 계속 움직여야 된대서 부축을 받아 일어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1일차 때 이미 아기 면회를 했지만 산모는 움직일 수가 없기에

이날 처음으로 신생아실에 가서 면회를 했다.

 

3일차

무통주사를 제거한다.

심리적 요인인지 몸에서 바늘을 빼내니 괘시리 아프다는 말을 자주 했다.

사실 바늘을 빼내자마자 몸에서 약이 싹 다 빠진 것을 아닐텐데

간호사도 이런 말을 매번 들었던건지 심리적인 것도 많이 작용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항생제도 제거하고 경구용으로 먹기 시작했다.

몸에서 주렁주렁 달린 것들이 다 빠진다.

이제 그냥 걸어다니기만 하면 된다.

아 이 때 소변줄도 제거하고 스스로 소변도 볼 수 있게 된다.

 

4~6일차

이제 밥도 잘 먹고 잘 돌아다닌다.

상처 부위에 내장기관이 유착되지 않도록 계속 돌아다닌다.

코로나라 병원 근처에서 산책도 안되니 실내에서 계속 돌아다닌다.

방에서도 돌아다니고

슬슬 입원실에 갇혀 있는 게 지겹고 심심해진다.

아기 면회가는 게 낙이다..,ㅠㅜ

신생아실로 수유도 하러 가는데 역시나 보호자는 들어갈 수가 없다.

나도 아기 만져 보고 싶었는데...쩝

근데 아기 얼굴이 하루에도 볼 때마다 바뀐다.

붓기가 빠졌다가 또 맘마를 먹으면 뿔었단가 그런가

자고 일어나면 또 바뀌고 옆으로 누워있으면 또 다르게 보인다.

아직 얼굴 형태가 잘 안 잡힌 건지

내 아이 얼굴 최종 모습이 어떨지 흥미진진하다.

어제는 빵떡 같았다가 오늘은 또 살짝 빠지고 ..

 

7일차

입원실 퇴원을 하고 조리원으로 들어갔다.

근데 우리는 입원실도 1인실을 이용했기에 조리원과 차이는 없었다.

산모 환자 침대와 보호자 간이 침대만 다르고 대부분 똑같다.

지금은 코로나 시기라 애초에 1인실만 운영한다고 해서

1인실로 신청을 했는데 입원하고 보니 다인실을 쓰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새 지침이 바뀐건가?

근데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1인실하길 백번 잘 했다고 본다.

누가 이 글을 읽는다면 1인실이 비싸더라도 꼭 1인실을 쓰길 바란다.

산모는 환자복을 입고 하체를 훌렁 걷는 일이 많다.

간호사나 의사가 환부를 확인하고 그러는데

다인실이면 이게 얼마나 불편한가?

아무리 산부인과라서 출산했고 당연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누군지도 모르는 남들 옆에서 그러고 있는게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쉴래야 쉴 수가 없다..

모르는 사람들과 한 방에서 어떻게 편히 쉬나?

출산할 때는 꼭 1인실을 쓰길 바란다..

 

 

암튼 요약하자면

보호자분들은 반드시 먹을 걸 많이 챙겨가고 !

입원실을 1인실을 꼭 쓰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