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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17 유도분만 실패 후 응급제왕절개

5월 17일

입원해서 유도분만을 통해 자연분만으로 아길 낳기로 결정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도분만제를 맞으며 자궁문이 나오길 기다렸다.
중간 중간 내진을 하는데 피를 많이 흘렸다.
자궁수축도 많이 오고 있어서 아내가 많이 아파했다.
진통이 조금씩 조금씩 세지고는 있었지만 자궁문이 1cm도 열리지 않는 바람에 일단 입원해서 새벽부터 다시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우린 이때 정확한 시간 안내를 받지 못해서 새벽이 다음 날 동트기 직전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컨디션 조절을 못했다.
조금이라도 쉴 수 있을 때 쉬었어야 했는데 아기가 나오길 간절히 기도하며 거의 뜬 눈으로 새벽까지 버티고 있었다.

 

새벽 2시..

5월 18일

초조한 마음에 잠도 안 오고 계속 뒤척이고 있는데 새벽에 간호사가 들어와서 내진을 했다.
역시나 자궁문은 거의 열리지 않았고 곧이어
다시 분만실로 내려가서 유도분만제를 또 투여하기 시작했다.
새벽이 진짜 한밤 중을 말한 거란 걸 그때 알았다.
전날 처음 유도분만보다 진통이 세게 오기 시작했다.
집사람은 거의 1, 2분 간격으로 신음, 가는 비명을 지르며 7시까지 진통을 계속 했다.
거의 기진맥진 상태였다.
사실 이때부터 제왕절개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아침에 의사 선생님이 와서 내진을 한번 더 했는데 이때 시트 위에 깐 패드에 시뻘건 피가 흥건할 정도로 하혈을 좀 했다.
이때 좀 놀랐다.
뭔 문제 생긴 줄 알고..
남편분들은 이때 놀라지 않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야 된다. 생각하는 것보다 여기저기 피가 흥건하다.
의사는 내진 후에 나보고 아예 나올 기미가 없다고 제왕절개 하자고 했다.

자연분만 시도 후에 애가 나오질 않으면 응급제왕절개로 진행된다.
먼저 해달라고 요구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의사 판단 하에 진행된 제왕분만은 보험에서 산과특약을 들었으면 보험 청구가 가능하니 이 부분도 놓치지 말고 체크하도록 하자.

 

수술동의서 작성 후 아내는 수술실로 이동했다.
나는 분만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고요한 병원 내에서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렸다.
아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구나.

손가락, 발가락 갯수를 세고, 아이 탯줄을 잘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질기다.
엄청 질긴 힘줄보다 더 질기다.
가위로 자를 때 조심해서 잘라야 한다.
탯줄이 질기고 텐션이 좋아서 가위질하다 실수로 아기 배에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때 손을 덜덜 떨면서 탯줄을 잘랐다.
ㅜㅜ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
사실 아기는 태어나기 전부터 워낙 건강하고 신장, 체중도 상위 2%에 위치하고 있대서 걱정은 붙들어매놨고
하루종일 진통한 와이프가 어떻게 됐는지 그게 더 궁금했다.
그리고 또 엄청난 피로도가 몰려왔다.
다 끝났다 싶었는지 잠이 막 쏟아졌는데 중간 중간에 간호사랑 의사가 하는 설명 대부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암튼 입원실로 올라가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수술실에서 와이프가 나왔대서 다시 분만실로 내려가 와이프를 보조했다.
옆에서 보호자가 해야 될 행동들을 교육 받고 같이 입원실로 올라왔다.
바이탈 체크인지 뭔지 하는데 학생 간호사들이 같이 동참하고 있어서 좀 어수선했다.
입원실은 현재도 코로나 방역이 끝나질 않아서 1인실을 신청해서 간호사들이 다 빠지니 그제야 좀 쉴 수 있었다.
와이프도 약에 취해서 비몽사몽이고 나도 3일째 잠을 안 잔 상태라 입원실에서 바로 기절해버렸다.
아기도 보고 싶은데 진짜 둘이 그냥 기절해버렸다.